수천만년의 겨울
우리도 한때는 불꽃이었다. 동화를 읽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. 팥죽처럼 밍글밍글한 밤이 되면 아비는 문을 어깨로 떠밀었다. 어디에도 없는 우물 속 세 사람을 나는 믿었다. 어머니 나는 왜 키가 작은가요. 별들은 날카로운 예각으로 지붕을 두드려댔고 우리는 숨죽이며 별빛의 발소리를 들었다. 너는 아버지의 살별이야, 어머니는 말했다. 그 때는 아직 소혹성의 세계였다. 최대이각의 위상은 반달이었다. 채 차지 않은 채 반짝여댔다. 어디선가 날아온 별무리는 풀밭을 뒤덮었고 나는 그 위에서 맺어지지 않은 봄날의 춤을 추었다. 오래전 어둡고 축축한 세계로부터의 인사, 시간이라는 개념은 모호한 것이다. 그 때부터 날들이 쪼개지었다. 이미 지친 엔베르 호자는 어두운 쪽빛으로 옷을 물들였고 나의 머리는 아직 연한 갈색, ..
쓸모없는 짓/단편
2018. 9. 12. 23:29